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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원 소식

[기고] 전문가와 전문기관으로 가는 길

 전문가와 전문기관으로 가는 길


      국방전산정보원장  유천수

 
 
  국방부의 소속기관인 국방전산정보원장에 취임한지 9개월여가 지났다. 정부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민간경력직 기관장 공모과정을 거쳐 공직에 들어섰다. 책임운영기관이라는 용어가 함축하듯이 성과평가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국방전산정보원은 전군 공통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유지하는 것을 기본적인 임무기능으로 하는 조직으로서 정보시스템 획득 사업관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터라 기관 앞에는 늘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남이 붙여주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조직의 발전목표나 비전은 최고의 전문기관이라는 지향점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국방전산정보원 역시 「고객에게 국방정보화의 가치를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전문기관」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기관의 목표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기관이란 어떠한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공분야에서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분야의 업무를 전담하여 수행하는 조직에게 전문기관이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예컨대 사업관리 전문기관, 연구개발 전문기관, 정책전문 연구기관 등이다. 이 경우 대부분은 전문성(Professional) 보다는 특수한(Special)분야에 한정된 업무를 수행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대학에 겸임교수로 출강하면서 강의 첫날 학생들에게 꿈을 묻곤 하는데 대부분의 반응이 전문가라고 한다. 재차 전문가가 무엇인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상식적인 대답들만 돌아온다. 깊이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ㅣ자형 모델을, 또는 많이 알아야 한다는 ㅡ자형 전문가를 난처한 웃음과 함께 답이라고 내놓는다. 일부에서는 이를 결합하여 널리 많이 알고 특정한 분야는 깊게 알아야 한다는 T자형 전문가를 추가한다.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는 학생이 전문가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찌 전문가의 꿈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정작 전문가에 대한 모습을 그려보지 못한 탓이고 그들에게 비쳐진 전문가가 아마도 위와 같은 피상적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전문가가 되려는 후학들에게 내 자신이 규정한 전문가론을 펼쳐 보인다. 첫째, 이론(Theory)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해 가면서 이론의 깊이를 쌓는다. 둘째, 이론을 현장에서 실제 실험하고 구현해 본 경험(Experience)이 있어야 한다. 이론을 현업에 적용하여 실무적 감각을 익히면서 동시에 이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자신의 전문분야의 이론을 장착하고 현장에서 이론을 구현한 경험을 겸비한 후에는 미래를 예측(Forecasting)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관련 전문지를 살펴보며 해당 산업이나 학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통해서만이 제한된 영역에서나마 해당 분야의 표준이나 기술적인 발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전문가론은 순전히 개인적인 소견으로서 젊은 학생들의 가르침을 위해 생각해 본 것이다. 사설 끝에 학생들을 바라보면 ‘어렵다’이지만 ‘가는 길을 이제 알게 되었다’라는 말과 함께 기립박수로 화답한다.

 

  앞으로 돌아가 전문기관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단지 특수한 분야를 전담하는 조직이라기보다는 위에서 정의한 바와 같은 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근무하는 조직이라고 감히 단정한다. 정보화 전문기관이라 함도 정보화의 전문가가 함께 구성원으로 일하는 조직이 아니고 다른 그 무엇이겠는가?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전성시대에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을 네 번째 요건으로 포함하여 스스로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2017.4.12. '[디지털타임스] (디지털포럼) 세계적 전문기관으로 가는 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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