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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원 소식

[기고] 오늘은 내일의 역사, 기록을 소중히 하자

[포럼] 오늘은 내일의 역사, 기록을 소중히 하자


국방전산정보원장 유천수



얼마 전 오래된 인연을 가진 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국방부의 전산화 초창기 본부 전산 관리과장으로 재직하며 각종 제도와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기틀을 만들어 나가시던 분이다. 그날의 전화는 나로 하여금 국방전산장기발전방향연구를 정책화하겠다는 사명감으로 1년 반 정도 국방부에 파견 나와 쉼 없이 일하던 30여년 전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Mil-Std 498을 모델로 국방전산화 사업관리 훈령 초안을 작성하던 일, 국방전산망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장절 편성과 전군 전산담당자 대상 지침 설명회, 정보공학 방법론에 근거해 서브젝트 데이터 토대 위에 응용 프로그램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쟁 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 분은 은퇴 후 시골에 내려가 취미생활을 하면서 주위 분들과 사귐을 위해 구청이 운영하는 문화회관에 나가고 있는데 어느 날 강사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정리해 각자의 자서전을 집필하라는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강사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아 지난 시간 공직 생활을 돌아보며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애착을 가지고 시도했지만 끝을 보지 못하고 다음 보직으로 이동해 아쉬움이 남는 국방예산관리시스템의 그 이후 진행을 알고 싶다는 부탁이다.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국방백서가 있지만 그 안에 국방정보화가 차지하는 분량이 두세 페이지밖에 안 되더라는 것, 국방정보화 전체 이력을 따로 정리하여 작성하고 이후 매년 단위로 기록을 편철해 간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평소의 내 생각과 그동안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제대로 알아주는 이 없어 혼자 앓고 지낸 이야기를 곁들이니 본인도 그리 생각 하노라며 장단을 맞춰주셨다.


과거 국방예산관리시스템이 현재의 국방재정정보시스템이고 이를 국방전산정보원에서 운영 유지하고 있으니 지인이 요구한 자료를 찾아서 제공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당시 국방정보화 기술지원을 수행했던 연구기관에서 작성한 시스템 구축 타당성 연구보고서, 요구기능 위주의 개념연구 보고서, 장차관에게 보고했던 사업 요약자료와 같이 파편화된 자료를 전자기록관에서 어렵게 확인한 게 전부였다. 당시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연구자들을 알음알음으로 연락해 보았지만 사업을 완수한 후 이를 하나의 기록으로 정리한 문서는 없다는 거다. 철석같이 약속을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연락을 드려 사정을 말씀드리고 보고서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해 자료를 보내드리니 예산국장으로 계시면서 진두지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을 되살리신다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드렸다.


꽤 오래전부터 국방정보화백서를 제작해 국방정보화의 오늘이 있기까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함께 모시고 일했던 윗세대들이 하나둘씩 은퇴하고 고락을 같이했던 동료와 선배들의 떠나간 빈자리를 후배들이 채워 나간다. 주어진 과제 앞에서 생전 처음 보는 문제인 듯 머뭇거리는 후배들을 보거나 주어진 현상을 지금의 시각으로만 재단하는 이들을 볼 때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으며 현재는 과거의 유산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말하고 싶어진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의 모습은 과거의 의사결정이 만들어낸 결과가 쌓인 것이라는 점이다. 아웃소싱이 대세가 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자주 개발 능력을 상실한 것, 정보보호기능을 중앙으로 모으면서 개별 조직의 사이버 역량이 약화된 것, 응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인프라 조직을 분리하면서 토털 서비스가 제한되는 것, ICT·SW와 같은 첨단기술을 전담하는 조직을 부대조직으로 구성함으로써 전문화하기 어렵도록 조직화한 것 등에 의해 비롯되는 문제의 본질은 과거의 기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즉 국방정보화 백서가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비할 데 없이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방정보화 전체 맥을 관통하는 역사를 국방정보화 백서로 작성하겠다는 장대한 포부는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대신 국방정보화 사업관리 전문기관으로서 우리 기관 책임 하에 구축 중이거나 완성한 정보시스템의 이력을 매 사업이 종료될 때마다 작성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비록 존안 자료이지만 국방통계시스템 백서가 그 첫걸음이 되어 국방 빅데이터 시범 사업 백서, 동원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백서를 완료했다. 군수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진행 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진행되어 오면서 겪은 다사다난했던 내용들도 최근에 중간단계에서 정리를 마쳤다. 오늘은 내일의 역사가 될 것이고 뒤에 오는 이들이 이를 어떻게 부르든 오늘을 사는 사람의 할 도리는 다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자구하나 기록하나에 정성을 쏟고 있다. 내가 사는 오늘 하루가 곧 훗날의 평가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겸허하게 만든다.


(2018.8.10.'[디지털타임스] (포럼)오늘은 내일의 역사, 기록을 소중히 하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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