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오늘은 내일의 역사, 기록을 소중히 하자
국방전산정보원장 유천수
Mil-Std 498을 모델로 국방전산화 사업관리 훈령 초안을 작성하던 일, 국방전산망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장절 편성과 전군 전산담당자 대상 지침 설명회, 정보공학 방법론에 근거해 서브젝트 데이터 토대 위에 응용 프로그램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쟁 등이 스쳐 지나갔다.
꽤 오래전부터 국방정보화백서를 제작해 국방정보화의 오늘이 있기까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함께 모시고 일했던 윗세대들이 하나둘씩 은퇴하고 고락을 같이했던 동료와 선배들의 떠나간 빈자리를 후배들이 채워 나간다. 주어진 과제 앞에서 생전 처음 보는 문제인 듯 머뭇거리는 후배들을 보거나 주어진 현상을 지금의 시각으로만 재단하는 이들을 볼 때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으며 현재는 과거의 유산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말하고 싶어진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의 모습은 과거의 의사결정이 만들어낸 결과가 쌓인 것이라는 점이다. 아웃소싱이 대세가 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자주 개발 능력을 상실한 것, 정보보호기능을 중앙으로 모으면서 개별 조직의 사이버 역량이 약화된 것, 응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인프라 조직을 분리하면서 토털 서비스가 제한되는 것, ICT·SW와 같은 첨단기술을 전담하는 조직을 부대조직으로 구성함으로써 전문화하기 어렵도록 조직화한 것 등에 의해 비롯되는 문제의 본질은 과거의 기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즉 국방정보화 백서가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비할 데 없이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방정보화 전체 맥을 관통하는 역사를 국방정보화 백서로 작성하겠다는 장대한 포부는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대신 국방정보화 사업관리 전문기관으로서 우리 기관 책임 하에 구축 중이거나 완성한 정보시스템의 이력을 매 사업이 종료될 때마다 작성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비록 존안 자료이지만 국방통계시스템 백서가 그 첫걸음이 되어 국방 빅데이터 시범 사업 백서, 동원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백서를 완료했다. 군수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진행 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진행되어 오면서 겪은 다사다난했던 내용들도 최근에 중간단계에서 정리를 마쳤다. 오늘은 내일의 역사가 될 것이고 뒤에 오는 이들이 이를 어떻게 부르든 오늘을 사는 사람의 할 도리는 다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자구하나 기록하나에 정성을 쏟고 있다. 내가 사는 오늘 하루가 곧 훗날의 평가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겸허하게 만든다.